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으러 함께 떠나자.
그러니 그전까지는 안녕, 좋은 꿈 꿔 친애하는 나의···
w. 경파
20210609 최초 작성
20210827 최신 수정
크리스마스 이브. 그리고, 죽었던 KPC가 다시 당신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는 종말합니다. 모든 것의 연결점은 어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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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재로 네 심장 한 구석이 비어있더라도 너무 슬퍼하지는 말아줘
수용성의 우울은 이 눈꽃과 겨울의 노래에 씻겨내리지,
그리고 다음 봄에는 그 빈자리에 내 레플리카 꽃이 피어나는 거야···
아,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면이 재생됩니다···.
KPC가 없는 첫 번째 겨울입니다.
그간 탐사자의 심장의 빈 구석은 작지만 깊었습니다. 이따금씩 그를 상기할 때마다 그 구석이 조금씩 더 깊어졌습니다. 그런 상태였던 탐사자 앞에 멀쩡하게 살아있는 KPC의 모습은, 보고 싶었다는 감정보다는 도리어 썩어들어간 부분을 긁어 파내는 것 같습니다.
【세계재편집】 스핀오프 시나리오 / 종말과 구원과 레플리카로 세계를 재정립하는 이야기. 【세계재편집】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내용이 많이 다릅니다.)
★ 정보
본 시나리오는 CoC 7판 룰북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인원 KPC 1人+PC 1人 타이만 시나리오 KP+PC 1, 2로 다녀오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 배경 성탄절 전일 세계는 종말합니다. 현대 상정이지만 시대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개변 필요)
- 플레이 시간 추후 수정 / 레일로드 + 약간의 조사가 있습니다.
- 추천 관계 소중한 관계 친구, 연인, 가족···
- 난이도 키퍼링 : ★★★☆☆ / 탐사자 : ☆☆☆☆☆ 후기 수집 후 수정. KP의 경우 재량을 요하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 추천 기능 X
★ 주의사항
- 룰북 없는 키퍼링 및 키퍼링 커미션을 금합니다.
- 여섯 번째 시나리오입니다. 공개적인 장소의 스포일러 발언 및 비난을 금합니다.
- 완벽한 해피엔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쩐지 찝찝한 엔딩, 취향을 탈 만한 소재의 엔딩이 존재합니다. 탐사자와 KPC 모두 로스트 가능성이 있습니다.
- 신화 생물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 추가적인 창작 설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성탄절이라는 제재 특성 상 종교(특히 기독교)에 관한 요소가 첨가되어 있습니다. 종교에 관한 소재가 그렇게 짙지는 않습니다.
- 종말, 인체 실험, 상해, 자살암시, 폭발사고에 대한 요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라이터는 이를 미화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히며, 불편하시다면 열람 및 플레이를 재고해주세요.
- 약칭은 세재립입니다😊
★ 탐사자 정보
- KPC는 죽었습니다. 사람의 입과 귀를 넘겨 소문을 접했거나, 장례식에 참석했거나, 혹은 그 죽는 모습을 눈 앞에서 지켜봤을 수도 있죠. 한 달에서 일 년 전 사이의 일입니다.
- 탐사자는 이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죽지 않았을 거라 회피하여도 괜찮고, 그의 죽음이 벅차 망가진 삶을 살아도 좋습니다. 어쩌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자신은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 마음 한 켠에 묻어두었을 수도 있죠. 무엇이든 좋습니다. 어떻든 죽었던 KPC가 돌아온다는 것은 심히 놀라운 일이 분명할 테니까요.
- 연말이 가까워짐에 따라, 종말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의 종말론은 그 무게가 눈에 띄게 다릅니다. 탐사자는 이를 무시해도 좋고, 종말에 대해 귀 기울일 수도 있습니다.
돌리의 우울에 우리는 공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로는 시나리오의 진상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열람 시 주의해주세요.
★ 시작하기 전에···
- 외적이든 내적이든 서로로 인해 변화된 것이 많은 사이가 좋다고 했지만, 그렇게까지 눈에 띄는 영향이 없었다! 하면 KPC가 PC의 헤어스타일을 똑같이 따라해보았다거나, 등의 세션 내 1회성 설정 추가도 괜찮습니다.
- 진상을 직접적으로 공개하는 타이밍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KP의 재량으로 원하는 때에 KPC가 아는 진상을 말하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진실’은 상냥하지 않습니다.
★ 진상
01 지구의 멸망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 자정이 되면, 지구는 멸망합니다. 그 어떤 신도 우리를 가엾이 여겨주지 않습니다. 어떤 존재도 우릴 구원해주지 않습니다. 종말의 전조를 알리듯 12월 24일의 태양이 서쪽에서 뜨기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의 전말을 알려면, 미고에 대하여 말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02 미고의 실험이 쏘아올린 작은 종말
지구에 살고 있는, 한 미고는 버림받은 신세나 다름없습니다. 지구로 파견 나왔다고는 하지만, 마음껏 날지도 못하는 지구에 갇혀 보고서를 읽어주지도 않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그의 신세를 보면 그야말로 버림받은 것. 고향 명왕성에 돌아가게 해달라 몇 번이나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커녕 반송되어 돌아오기 일쑤. 미고는 격분했습니다. 내가 기껏 이런 엄청난 실험에 성공했는데도 감히 날 무시할 수가 있어?
이제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미고의 연구는 다름 아닌 인간의 몸을 가진 안드로이드의 제작. 이미 죽은 인간들로부터 신체와 기억을 모방해 레플리카 안드로이드를 제작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KPC의 참여는 절대 자의가 아니었습니다. 그 많던 송장들 중 우연한 하나였어요. 마지막 실험체이자 성공작인 KPC는 뇌와 신체 모두 새로이 만들어졌단 점에서 진실로 ‘만들어진’ 생명체가 됐습니다. 자신을 섬기는 동시에 과학을 통해 권위를 넘보려는 미고의 행위를 지켜보던 니알라토텝(p.315)은 피조물이 또 다른 피조물을 만들었음을 높게 산 동시에, 레플리카 KPC라는 존재를 흥미롭게 생각했습니다. 신의 레플리카 인간들이 신의 권위를 넘보며 지구를 지배했듯, 인간의 레플리카인 안드로이드 KPC가 다음 세계를 지배하는 자가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레플리카 세계입니다. 평행세계라고들 하죠? 이 세계는 본래 KPC가 살던 세계를 그대로 복사했으며, 25일이 되면 모든 생명체는 소멸하여 리셋됩니다. 그 자리에 홀로 당도한 KPC가 어떤 생명체를 만들며 어떤 레플리카를 또 만들어낼지, 니알라토텝은 지켜보려고 합니다. 이곳은 레플리카 세계인 고로, 탐사자를 포함한 모두가 KPC와는 의미가 다르겠지만 역시 ‘레플리카’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03 레플리카
레플리카 KPC는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기계의 뇌로 다시 태어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존재 때문에 세계가 멸망한다잖아요. KPC의 회로로는 해결 방법을 도저히 찾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탐사자를 찾아온 것입니다. 본래의 KPC는 탐사자가 본디 현명한 자이든, 그렇지 않든 그가 낸 해결책은 분명 의미가 있다 생각했을테니까요. 복제된 기억에서 기반된 결론입니다. 이것이 본래 KPC가 탐사자를 신뢰하던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하나의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했던 인간의 궁극적 욕망, 그 레플리카를 실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탐사자가 KPC의 사과나무입니다.
KPC 인간의 몸에 기계의 뇌, 미고의 피가 흐르는 일종의 키메라입니다. 실험 중 신체가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가수복 능력이 있는 미고가 자신의 피를 주입했고, 때문에 KPC는 일반적인 인간과 다른 파란 피가 흐릅니다.
방주 새로운 ‘신’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니알라토텝이 특별히 만들어준 1인용 생존 캡슐입니다. 1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터라 두 명 이상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 속에 들어간 것은 무엇이든지 종말로부터 생존하게 됩니다. 기계의 뇌를 가졌지만 인간의 몸을 가졌기에 KPC는 종말에 유약한 뼈와 피 그리고 살들이 갈갈이 찢길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KPC와 탐사자의 최종 목적지.
★ 01 도입
매끄러운 길바닥을 딱딱 소리내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무리가 이어집니다. 그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시야를 가리는 하얗게 퍼져나가는 입김. 문득 하늘을 쳐다보면, 눈이 함빡 내려오고 있습니다. 광장의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 놀란 목소리를 냅니다. 그 속에서 마음으로 내뱉는 탐사자의 탄식. 아, KPC가 없는 첫 번째 겨울입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번 크리스마스에 함께 있자고 하던 사람은 이제 없는 걸요. KPC는 죽었습니다. 그것도 몇 달 전에. KPC의 웃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 어딘가가 따끔거리며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머리도 지끈거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탐사자 당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요.
아무래도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하려나 봅니다.
긴장한 태도가 역력한 KPC는 꼭 당신이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탐사자가 자신을 보고 이름을 불러주거나 짧은 한마디를 내뱉던 간에 그러고 나서야 확연히 밝아진 얼굴로 인사합니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SanC 1/1D6+1)
RP 구간입니다. 진상에 연관된 곤란한 질문에는 무시하는 쪽이 이상적인 답입니다. 물론 다른 반응이어도 문제는 없지만, 적어도 시작부터 바로 진상을 언급하는 것은 플레이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재고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적당한 예상 질의응답입니다.
問 | 정말 너야? |
答 | 그럼. 당연하지. 레플리카 KPC도 KPC니까요... 심리학 판정을 해도 특별한 점은 없을 것 같습니다. |
問 | 어떻게 돌아온거야? |
答 | 나도 잘은 모르겠어. 세상이 망할 땐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는데, 그런 것의 일종이 아닐까? |
問 | 세상이 망한다고? |
答 | 그럼. (KPC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끝에는 태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게 종말의 징조라잖아, 서쪽에서 뜨는 태양. |
▶ 종말에 관한 정보
그러고보니 뉴스(신문, 거리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등 시대에 맞춰 개변)에서 나왔습니다. 태양이 서쪽에서 뜨고, 바다는 새빨갛게 변하고, 눈도 보기 힘들던 따뜻한 남쪽에서는 혹독한 추위와 폭설이 강타하고 있다는 얘기. 비현실적인 현상에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것이 종말이 다가온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성탄절에는 분명 세계가 멸망하고 신이 다시 태어날 거다···어쩌고 저쩌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렇다고 하니까, 나는 멸망하기 전에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으러 갈 거야. 그곳으로 같이 가줄래?”
당신의 의견을 묻고자 하는 질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KPC가 종말론을 믿던 사람인가요? 영문이 듭니다. 탐사자가 거부할 시 ‘그저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을 뿐이잖아, 뭐가 대수라고 싫어하는 거야?’ 등··· 같이 갈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탐사자가 KPC의 손을 맞잡습니다. 한겨울에도 따뜻한 살갗은, 당신이 환각이나 유령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KPC가, 그 죽었던 KPC가 당신의 앞에 있습니다.
그간 탐사자의 심장의 빈 구석은 작지만 깊었습니다. 이따금씩 그를 상기할 때마다 그 구석이 조금씩 더 깊어졌습니다. 그런 상태였던 탐사자 앞에 멀쩡하게 살아있는 KPC의 모습은, 보고 싶었다는 감정보다는 도리어 썩어들어간 부분을 긁어 파내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만드는지 갈피도 못잡은 채, KPC의 발걸음에 덩달아 목적지도 모를 곳으로 첫 발걸음을 떼어냅니다.
★ 02 동쪽의 끝으로 가는 길
KPC가 말하는 ‘사과나무’를 심으러 가는 길은 상당히 가관이었습니다. 서쪽의 태양 아래, 제 머리를 쥐어 뜯듯 잡고선 도로를 질주하는 사람 혹은 가로변에 자동차를 들이박은 사람 혹은 날뛰는 개 짖는 소리와 바닥에 파닥거리기만 하는 비둘기. 바로 눈 앞에 다가온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을까요? 닥쳐오는 현실을 마주하지도 못하고 KPC에게 이끌려 가고 있는 탐사자에게는 시야에 보이는 모습들은 꼭 거대한 연극으로밖에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런 것들을 주시하다, 탐사자는··· 쿵! 무언가에 이마를 부딪히고 맙니다. KPC의 등이에요. 뒤를 돌아본 KPC는 곤란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길이 막혔어. 돌아가자.”
KPC의 어깨 너머를 살펴보니...
관찰력 판정 | |
성공 | 무너진 잔해들로 쌓인 좁은 길이 보입니다. 둘의 키만큼 쌓여있는 잔해는 밟고 넘어가려고 해도 자칫하다간 파편에 크게 다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발치에는 찢긴 현수막이 깔려 있습니다. 【보아라, 그가 구름을 타고 오신다. 눈이 있는 사람은 다 그를 볼 것이요, 그를 찌른 사람들도 볼 것이다. 땅 위의 모든 족속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이다. (요한계시록 1:7)】 |
실패 | 회색빛 무언가 잔뜩 쌓인 것이 보입니다. 무엇이 있기라도 한 걸까요? 주변을 둘러보자, 발치에는 현수막이 깔려 있습니다. 【보아라, 그가 구름을 타고 오신다. ··· (요한계시록 1:7)】 그 뒤는 찢겨 보이지 않습니다. |
···KPC와 탐사자는 사람이 많고 혼란스러운 큰 도로를 피해 골목을 지나갑니다. 저 도로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시끄럽지만, 둘 사이에는 그 어떤 대화도 오가지를 않습니다. 적막을 버티지 못한 KPC가 먼저 입을 엽니다.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은, 이미 알고 있어?”
“운명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말 같지만, 실제로는 필연에 순응한다는 뜻이란 점이 아이러니하지.”
“만일 필연이 있다면 탐사자 너는 그것에 순응할 생각이야? 아니면 굴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행하고 싶어?”
RP 구간입니다. 위 문장은 발화와 대화의 예시일 뿐, 다른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로이 변경해주세요. 대화가 엔딩 분기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어느정도 대화를 하다, 하늘 한 번 보고선 표지판을 본 KPC가 갑작스레 길을 꺾어 들어갑니다. 그것을 탐사자가 따라 들어가보니··· 웬 가게 하나가 있습니다. KPC가 들어오라는 듯 손짓합니다. 춥다만 티 없이 맑은 하늘 아래에서, “곧 눈이 매섭게 몰아칠 것 같거든” 하는 터무니 없는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말입니다.
★ 03 클레멘타인
〈클레멘타인 잡화 상점〉이라는 초라한 간판을 내밀고 있는 가게 안은 조용합니다. 이런 구석진 곳에 있으니 당연하겠지만, 오래 전부터 이미 손님은 없었는지 구석진 곳에는 거미가 줄을 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이미 들어와서 상품들을 구경하고 있던 KPC는 거울 앞에서 갑자기 우뚝 멈추곤, 탐사자를 부릅니다.
“밖을 봐, 문을 닫는 게 좋겠어.”
KPC의 말에 문 밖을 보면··· 언제부터 온 것인지 매서운 눈보라가 직각으로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KPC는 맑은 하늘에서 어떻게 이렇게 눈이 올 줄은 어떻게 알았죠? 탐사자가 KPC에게 질문해도 KPC는 특별히 답해줄 것이 없습니다... 그야 기계 뇌를 가졌으니까요, 날씨 예측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얼버무리거나, 네가 둔한 것 아니냐, 빨리 문부터 닫아라 정도로 넘겨주시면 됩니다. 탐사자가 문을 닫으니, 적막 속에 눈보라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KPC는 여전히 거울 앞에 서 있고, 작은 가게 내부에는 선반 세 개와 계산대, 작은 문만 들어갔을 뿐인데 꽉 차 보입니다.
-거울
KPC가 거울 앞에 서 있습니다. 두 명은 충분히 보일 듯한 크기의 거울은, 판매하는 상품보다는 악세서리를 보기 위한 용도로 보입니다. 그의 곁에 서서 거울을 살펴보는 탐사자는, KPC는 의미불명의 표정으로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그러고보니 이 부분,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널 만나고 나서 바뀌었던 것 같아.”
무엇인지는 페어마다 상이하기에 재량것 부탁드립니다. 헤어스타일이나 특유의 표정 등, 이전의 KPC가 탐사자의 영향을 받고 무의식적으로 모방했던 외적인 요소를 넣어주시면 됩니다. (예: 널 만나고 나서 이렇게 환하게 웃던 적이 많아진 것 같아··· 너랑 닮아가는 것 같지 않아?) 반대의 상황을 제시해도 괜찮습니다.
-선반 세 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선반은 그 수가 적어 있으나 마나로 보입니다. 잡화 상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종류를 불문하고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거라던가, 지금 필요한 것은 없나요? 물론 총기류, 화약 등의··· 보통은 없을 법한 물건은 재고하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행운 판정 | |
성공 | 아! 선반의 구석에 (탐사자가 찾던 물건)이 있습니다. 용케도 있었네요. |
실패 | 선반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딱히 필요 있는 물건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쉽네요. |
-계산대
지폐 몇 장이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낡은 나무로 된 나무칸이 계산대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채 다 못 닫혀진 계산대의 서랍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어느 세 명의 단란한 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자세히 확인한다면) 뒷면에 무언가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 편지를 네게 전할 리는 없겠지만, 파인즈에게.’ 라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편지는 내용을 보아하니 부모가 자식에게 쓴 것 같았습니다. 챙길 수 있습니다. ‘파인즈에게 보내는 편지’ 획득
-작은 문
계산대 뒤,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문은 보아하니 창고로 쓰이는 용도로 보입니다. 탐사자가 지당한 호기심에 문을 열어보고자 손잡이에 손을 올리면,
듣기 판정 | |
성공 | 진득하게 이어지는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립니다. 박박 긁은 것만 같고, 규칙도 없이 내뱉는 이 소리는 분명··· 사람이 우는 소리? |
실패 | 문 너머로 불규칙한 소리가 이어집니다만, 눈보라가 창을 두들기는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안에 뭐라도 있는 걸까요? |
문을 연 탐사자는, 어느 한 형체를 마주합니다. 텅 빈 창고 안에서, 숨을 죽이고 하염없이 우는 사람의 모습을.
파인즈 클레멘타인, 상점 주인의 자식, 28세 이름과 나이는 중요치 않으니 자유롭게 수정해주세요.
- 아버지와 단 둘이서 상점을 꾸려나가던 사람입니다. 이전에도 이미 진로와 독립 관련 문제로 아버지와의 불화로 자주 다툼이 있었는데, 종말 아침에도 크게 다투다 결국 아버지에게 절연을 선언합니다.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상점을 나가버렸습니다.
- 자세한 성격이나 설정은 KP의 재량것 부탁드리겠습니다.
“(훌쩍이며 콧물을 삼키는 목소리로) ···당신들은 누구죠?” 질의응답이 가능합니다. 다음은 예시입니다;
問 | 당신은 누구? |
答 | 파인즈, 파인즈 클레멘타인이요. ···들으면 아시겠지만 이 상점 주인의 아들/딸이에요. |
問 | 왜 울고 있는 건가? |
答 | ···아버지가, 집을 나가셨어요. 평소에도 자주 싸웠거든요, 근데... 제가,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에 홧김에 너무 심한 말을 해서... 아, 종말만 없었어도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
問 | Q. 전부 종말 탓이라고 생각하나? 죄책감은 들지 않았나? |
答 | ...후회스러워요. 아버지는 항상, 항상 솔직하게 드러내는 법이 없어서, 그것이 너무 답답했는데... 이제는 아버지에게 어떤 낯으로 찾아가죠? 해당 질문이 없었어도 파인즈 클레멘타인이 해당 RP를 할 수 있게 유도해주세요. |
파인즈 클레멘타인과의 여기서 대화를 종료할 시
시뻘게진 눈으로 파인즈는 바닥을 하염없이 쳐다봅니다. 한참을 그대로 있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선 말합니다.
“이제 전부 쓸모 없게 되어버렸어요. 정말로,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테니까... 아버지에게 찾아간다 하더라도 대화가 잘 풀릴지도 모르겠으니까요. 포기해야겠죠...”
“전 갈 곳도 없으니 이곳에 남을 생각이지만... 이쪽 뒷문으로 나가시면 성당이 있을 거예요, 종말은 공평하다지만 살고 싶은 사람들은 다 그곳으로 모여들었다니 당신들도 그쪽으로 가려는 거겠죠? 잘 가요.” 그는 이젠 버석해진 눈으로 탐사자를 보고선 창고 밖으로 나갑니다.
파인즈 클레멘타인에게 ‘파인즈에게 보내는 편지’를 건네줄 시 만일 편지를 건네주지 않고도, 파인즈가 아버지에게 가도록 탐사자가 설득할 시에도 본 루트 진행이 가능합니다! (개변 필요)
탐사자가 건넨 사진-그리고 그 뒤에 적힌 편지를 받아들고선 읽던 파인즈는, 한참을 경직된 채로 있었습니다. 또 한참을 눈물을 흘리다, 한참을 마음을 추스리며 눈물을 닦아냈습니다. 고개를 들고선 탐사자에게 감사를 표하는 듯 어색하게 웃습니다. “...전 그러신 줄도 모르고, 저는...” 이라고 얘기하던 파인즈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선 말합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덕분에 아버지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요.”
“전 아버지에게 찾아가봐야겠어요.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해야할 사과는 해야겠죠. ...사랑한다는 말도 하고... 이쪽 뒷문으로 나가시면 성당이 있을 거예요, 종말은 공평하다지만 살고 싶은 사람들은 다 그곳에 모였들었다니 당신들도 그쪽으로 가려는 거겠죠? 살길 빌게요.” 파인즈는 시뻘게진 눈으로 또 밝게 웃더니 밖으로 나갑니다.
문득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KPC가 어느새 탐사자에 뒤에 와 있었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오묘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입니다.
심리학 판정 | |
성공 |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니, 오히려...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텅 빈 공허한 눈. KPC가 저런 표정을 했던 적이 있었던 걸까요? 어째서인지, 마음의 구석이 콕콕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
실패 |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라도, 아마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고 있기라도 한 것이 아닐까요. |
“눈보라가 그쳤어. 저쪽으로 가면 성당이랬나... 가볼까?” KPC가 탐사자의 손을 덥석 잡고선 말합니다. 그래요, 우린··· KPC는 해야 할 일이 있었죠. 사과나무를 심으러 가야 합니다. 막연하고도 자신에게는 의미 없을 그 목표가 탐사자의 발걸음을 떼게 만듭니다.
★ 04 성당과 불꽃
탐사자는 잡음에 미간을 찡그립니다. 소음같은 시끄러운 소리와 달리, 이곳은 조용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목소리들이 중얼거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젠 당신의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KPC는 불편한 기색도 없다는 듯이 평온한 표정으로 걷고 있습니다.
이곳은 성당으로, 탐사자라면 언젠가 이름을 들어봤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가톨릭이 아니더라도 집의 근처에 있었으니까 분명요.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이었던 터라 모든 사람들이 이곳의 일 층, 서고에 모여 떨고 있습니다. 종말에 관한 것들로 왈가왈부하면서 말입니다. 탐사자와 KPC도 이곳의 서고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KPC에게 이유를 물으니 초연하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다면 찾아보고 싶어”라 답했던가요. 도서관 내에는 웅성이는 사람들, 난로, 책장, KPC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구석마다 담요를 두르고 무리지어 모여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십중에 팔구는 네다섯씩 가족들로 보이며, 경계심이 높아보여 쉽게 말을 걸 수는 없어 보입니다. 저들끼리 수군거리는 것이 다입니다. 듣기·대인 판정 성공 시, 사람들로 들어차 점점 좁아지기 시작하는 도서관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고 있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근거리는 소리가 어쩌면 탐사자에게 스트레스를 안길 수도 있겠습니다. (SanC 0/1) 그들을 들여다 본다면 비좁은 서고에 들어온 탐사자나 KPC를 원망의 눈초리로 흘겨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죠.
-난로
시대에 어긋난 디자인의 벽난로. 사람들이 그곳에 불을 피우고 있습니다. 장식용처럼 보이는데, 제대로 굴뚝까지 연결이 되어있을까요? 사람들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책들을 벽난로 구덩이에 넣고 있습니다. 두꺼운 책, 얇은 책, 문학, 예술, 기술과학, 역사··· 구분하지 않고 벽난로에 뒤섞여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구석의 채 타다 만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책등이나 표지, 앞부분은 홀랑 다 타버려, 중간 페이지부터 간신히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부분만으로 ‘자신의’ A를 만들어낸다. 편견과는 다르다. 당신에게는 상냥하고 친절한 상대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포나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간이 입체적이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당신에게는 직사각형의 A인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원 모양의 A다. A는 단순히 원기둥인 사람일 뿐인데.】
지능 판정 엔딩을 봄에 있어 중요한 정보는 아닙니다. 생략이 가능합니다. | |
성공 | 그 뒤는 불에 그을려져 읽기 어렵습니다. 제목을 어떻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생각에, 문득 탐사자는 맨 뒤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출판 정보가 나와있는 페이지. 비교적 최근 만들어진 날짜, 들어본 적도 없는 출판사와 저자, 그리고 제목은··· 【세계법칙世界法則】 인 것 같습니다. |
실패 | 그 뒤는 불에 그을려져 읽기 어렵습니다. 제목을 어떻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딱히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이제 딱히 더 쓸모가 없으니, 불에 다시 집어넣든가 해야겠네요. |
-KPC
서고의 구석에서 책을 찾다가, 이제는 어느새 난로 가까이로 와 책을 읽고 있습니다.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물어봐도 KPC는 무시하거나, 대답하지 않습니다. KPC 곁의 난로가 따뜻합니다. KPC가 바로 곁에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그를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불에 붉게 빛나는 그의 머리칼, 형형한 눈동자, 피부에 훤히 드러나는 파란 핏줄··· 아, 어째 난로의 타닥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커지지 않았나요?
쾅!!!
(SanC 1/1d4) 탐사자는 눈을 뜹니다. 한참동안 삐─거리는 이명이 탐사자를 관통합니다. 팔다리가 움직이질 않습니다. 세상이 뒤집혀 구름이 가득 낀 하늘이 보이고 시야는 빨간 색으로 번지고 사람들이 불에 타는 종잇자락처럼 보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갑작스러운 사태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Hp -5 탐사자의 체력에 따라 임의로 조절 가능합니다) KPC와 잡화 상점에 있었을 때만 해도 매서운 눈바람이 내렸는데, 이젠 어느새 비가 추적거리며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고통에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래된 영사기처럼 돌아가는 시야에 아른거리는 푸른 것이 눈에 잡힙니다. 창백한 얼굴, 파란 피를 흘리고 있는 죽음의 청기사, 어딘가 이질적인···. 아. KPC가 당신을 일으켜 세웁니다.
이마에 시퍼런 피가 하염없이 흐르는 KPC는 탐사자의 안색을 살핍니다. 당신의 뺨을 닦아준 손에는 붉은 피가 선명합니다. RP가 가능합니다. 탐사자의 안부를 묻습니다. 파란 피에는 자유롭게 답해주세요. (정신이 없어 환각을 보는 거 아니냐, 나도 왜 이런지 잘 모르겠다 etc)
퍽! 탐사자에 뒤통수에 누군가 돌을 날립니다. “너희, 뭔 짓을 한 거지!” “아까부터 너네들,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 푸른 피는 뭐야! 아아, 신이시여. 진정 죽음을 몰 사람을 데리고 오셨나이까!” “내 딸이 숨을 쉬지 않아, 아아.” 야유와 고함과 절규가 부서진 성당을 가득 메웁니다. KPC는 중얼거립니다. “청소도 되지 않은 난로에 살겠다고 책을 하염없이 쑤셔넣은 건 자기들이면서...” 더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탐사자의 손을 잡고, 탐사자와 KPC는 도망칩니다.
★ 05 럴러바이
가는 내내 탐사자는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습니다. 피를 많이 흘렸어요. KPC가 괜찮냐 묻는 질문이 귓가에 간신히 들리곤 합니다. 시야가 금세 암전되었다 다시 밝아오기를 반복합니다. 하늘은 많이 어둑해졌습니다. 불빛이 들어오지 않은 그림자 진 빌딩 뒤로, 탁한 남색의 하늘. 이제 일곱 시 정도 됐을까요, 아니요, 종말하는 세상이니 실제론 아직 아침일지도 모릅니다. 아직 꿈일지도 모릅니다.
아, 깨어나지도 않았던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탐사자, KPC를 만나 좋은가요? 너덜해진 몸뚱아리를 부축해주는 KPC는 진정 KPC일까요? 저승사자는 생전 정말 좋아했던 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했는데. 생각이 점멸하고, 탐사자는 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탐사자는 눈을 뜹니다. 따뜻한 담요가 머리 밑을 감싸고 있습니다. 시선의 끝에는 KPC가 있습니다. “정신이 들었어?” 당신을 보며 묻습니다. RP가 가능합니다. 탐사자와 KPC는 현재 사람이 없는 버려진 마트에 있으며, 탐사자는 괜찮은지 등 자유롭게 해주세요. 레플리카임을 밝히지 않는 선에서(진짜 KPC가 아니라고 탐사자가 떠나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성심껏 진실로 답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자신에겐 다른 것의 피가 섞여 있다, 세상에 멸망을 몰고 올 사명을 지녔다 etc) 자신의 일에 괜히 휘말리게 했다고 미안해하거나 후회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비가 내려오는 바깥을 한 번 쳐다본 KPC가 말합니다. “오늘이 가기 전에는 깨울 테니까, 그때까지 좀 자 둬. 피곤하지?” 탐사자의 눈을 가립니다. 온기가 있는 부드러운 손이 시야를 메꿉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잔잔한 노랫소리가, 부드러운 목소리가. 탐사자는 그대로 잠에 빠져듭니다. 이성을 1d3점 회복합니다. 일시적인 광기에 상태였던 탐사자의 경우 회복합니다.
❝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으러 함께 떠나자.
그러니 그전까지는 안녕, 좋은 꿈 꿔 친애하는 나의···
★ 06 다시 동쪽의 끝으로
이 길 위에 서 있는 것은 어느 세상의 탐사자입니다. 하염없이 걷다, 지치면 잠시 쉬었다, 또 다시 하염없이 걷기를 반복합니다. KPC는 그런 탐사자를 하늘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꼭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존재를 바라보는 마냥. 그리고 묻습니다. “영혼이 실재한다 믿어? 내가 다시 돌아왔다 믿냐고.” 탐사자가 어떤 대답을 하든,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저절로 손이 올라갑니다. 꼭 영영 떠나버릴 것만 같은 KPC를 잡고자, 이윽고 하늘에 이릅니다. 하지만 당신을 붙잡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탐사자는 잠에서 깹니다. 손전등을 손에 든 KPC가 탐사자를 부릅니다. “가자. 여기서 곧장 가면 내가 아는 곳이 있어. 예상하건데 거기가 사과나무를 심을 자리겠지.” 둘은 채비를 합니다. 붕대를 갈고, 옷을 챙겨입고. 탐사자는 문득 생각합니다.
정신력 판정 | |
성공 | 이 여행에 탐사자가 가질 수 있는 의미는 무엇이죠? 몇 시간 전의 폭발 사고로 인해 곳곳에 상처가 베어든 것이 선명합니다. 그럼에도 떠납니다. 당신의 친애하는 KPC의, 살아 돌아온 KPC의 부탁이잖아요. |
실패 | 이 여행에 탐사자가 가질 수 있는 의미는 무엇이죠? 몇 시간 전의 폭발 사고로 인해 곳곳에 상처가 베어든 것이 선명합니다. 이 비현실적인 모든 것은 사실 거짓된 이야기들이 아닐까요. 무엇을 위해 탐사자가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애매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떠납니다. 이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
해가 진 흔적을 따라 동쪽으로, 동쪽의 끝으로 탐사자와 KPC가 움직입니다. 세상이 고요합니다. 종말이 다가오는 하늘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많은 별들을 우리가 본 적이 언제 있을까요. 인간이 멸할 때야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움을 되찾는 모양입니다. 익숙한 길인지 눈 앞의 KPC는 막힘없이 전진합니다. 이윽고 한 거대한 건물에 도착합니다. 보안이 삼엄해보일만도 한데, 종말의 파란을 이곳도 피하지 못한 모양인지 커다란 문짝이 전부 떨어져 있습니다. 들어가면 보이는 새하얗고 삭막한 냄새, 묘한 긴장감··· 이곳은 무언가의 연구소 같습니다.
★ 07 ●●의 연구소
탐사자는 복도를 거니는 내내 구역감이 치밀었습니다. 이미 죽어버린-무엇인지도 알아보기 어려운 시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KPC 역시 얼굴을 찌푸리며 갑니다. 최첨단으로 보이는 디자인에 비해 내부는 부서지고 망가져있으며, 그 시간이 오래된 것은 아닌듯 아직까지도 파괴의 잔해에서 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A 연구실, B 연구실, C 연구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A 연구실
A 연구실의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기분 나쁜 시체. (SanC 0/1) 비교적 멀쩡한 생김새의 시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습니다. 그것에서 시선을 떼고 자세히 살펴본다면, 이곳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연구소인지 감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라바램프 같은 실험통에 담긴 수많은 동물과 사람들. 섬뜩하게도 한 쪽 벽면이 전부 거울로 교체되어있고, 아일랜드 테이블에 가득 쌓여 있는 연구 보고서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울
거울을 만지면 매끄럽다는 것이 느껴지고, 또···. 어쩐지 연구실 내부에 비해 많이 차갑습니다.
-연구 보고서
탐사자의 머리로는 알기 힘든 어려운 어휘들과 그래프들로 빼곡한 보고서들입니다. 날짜는 일 주 전이 최근이고, 점점 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더 자세히 살펴볼 시(자료조사 판정 성공), KPC의 이름이 적힌 보고서를 여러 장 발견합니다. 여전히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유달리 그래프들이 높다는 점만을 알 수 있습니다.
★ B 연구실
B 연구실은 상대적으로 말짱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일 뿐, 피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시뻘겋게 젖은 옷가지들을 즈려밟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갖가지 컴퓨터와 기계 그리고 거대한 TV가 중앙에 하나 있습니다.
-거대한 TV
TV 아래에 갖가지 기계가 있습니다. 탐사자가 가까이 다가가면, TV의 전원이 저절로 작동합니다. 화면 너머로 아름다운 미성의 목소리가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하세요, ‘돌리’.” ‘돌리’는 KPC가 이곳에 실험체로 있었을 적 애칭으로 불렸던 이름입니다. 미셸과 간단한 RP가 가능합니다.
미셸, AI 이름은 중요치 않으니 자유롭게 수정해주세요.
- TV에 연결되어있는 AI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상냥하되, 종말에 대해선 희망을 버리라며 현실적이고 염세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 KPC에게는 도발적인 태도를 취합니다(인간이 아니니까요!) KPC는 미셸을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없습니다.
- 자세한 성격이나 설정은 KP의 재량것 부탁드리겠습니다.
“‘돌리’는 이곳을 나가려 할 때 자신이 심을 사과를 찾는다고 했었죠. 찾은 모양이네요.”
“아, ‘돌리’와 저는 아주 잘 아는 사이랍니다! 항상 네트워크를 통해 대화를 나누곤 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에요. ‘돌리’, 그리고 인간이여. 뭐든 의미가 없으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신에게 기도나 하세요. 이 세계는 구원 가치가 소멸해, 확정된 멸망으로 향할 겁니다. 모든 생명체가 리셋될 거예요. 저처럼 기계의 사고로, 기계의 몸을 가진 것들만이 이 지구에 남게 될 거예요. ‘노아의 방주’가 있었으면 몰라도!”
어느정도 대화를 마치고 나면,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 얘기한 미셸이 비웃듯이 사라집니다. 어쩐지 하는 말이 상냥하면서도 기분이 나쁜 AI입니다. 탐사자의 얼굴을 바라보던 KPC가 TV 아래의 기계를 가리키며 말을 합니다.
“저쪽에, 칩을 심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쟤가 짜증나면 저걸 열어서 칩을 빼버리는 것도 방법이야. 그 칩을 통해 AI를 변경할 수 있거든.” 순한 KPC라면 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탐사자가 관찰해 찾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 C 연구실
C 연구실은 어째서인지 공허합니다. 한 사람만이 전담하여 사용하는 연구실이었을까요, 사람이 사용한 흔적이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도 동시에, 열성적으로 연구를 했던 흔적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습니다.
정신력 판정 | |
성공 | 묘한 불안감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탐사자는 은연중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의 공허는 종말 이전의 것이라고. |
실패 | 문득 역겨운 불안감이 뇌리를 밀치고 들어옵니다. 탐사자는 은연중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의 연구원은, 종말 이전에 사라진 것이라고. |
A나 B 연구실과 달리 상당히 단촐해보이면서도 큼직하고 투박한 기계들로 빼곡하게 채워져있습니다. 구석진 곳에는 컴퓨터 한 대가 놓여 있습니다.
-컴퓨터
처음 보는 프로그램들로 빼곡합니다. 인터넷은 연결되어있지 않습니다. 애초에, 세계가 멸망하기 시작하는데 인터넷이 멀쩡할지도 미지수기도 하죠. 다른 것들은 들어가봤자 머리만 아플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트 프로그램 정도가 살펴보기 무난하겠어요.
-노트 프로그램
×월 ×일
A팀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나간다고 하고, B팀은 인간에 가까운 기계 머리를 만들어나간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 C팀은? 기껏 눈이 빠지게 공부하며 과학자가 되었는데도 내가 하는 일은 세계를 관측하는 일이라니, 터무니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월 ×일
거대한 기계들은 언제나 세상이 종말을 향해 간다고 화살표로 가리키고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무엇이 잘못된 거지?
×월 ×일
대표가 그렇게 환호성을 내는 것을 처음 들어봤다. 인간의 몸으로, 기계의 사고를 하는 생명체의 탄생이라고 한다. 그간 동료들 사이에서 ‘돌리’라고 불리던 그 사람은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말했다.
×월 ×일
A 연구실의 거울은 유난히 차갑다.
×월 ×일
거울 속에서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
×월 ×일
‘돌리’가 사라졌다.
◀ 2/23 ▶
1페이지를 살펴본다 선언 시(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나는 오늘 죽는다. 과학자의 호기심은 자멸을 불러온다던가.
‘진짜’가 아닌 나에는 의미와 가치가 없다. 아마, 이 사실을 얘기하면 모두가 믿지는 않아도 점점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다 종국엔 나와 나란히 목을 매달게 될 것이다.
돌리의 우울에 우리는 공감할 필요가 있다.
◁ 1/23 ▶
이 연구원은 세계를 관측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맡다, 어떠한 방법으로 거울 속으로 들어간 사람입니다. 거울 안에는 방주를 만들고 있던 니알라토텝의 아바타가 있었고, 그에게 ‘레플리카 세계’에 대한 암시를 받곤 미쳐버려 죽었습니다.
지능 판정 | |
성공 | 돌리라 하면, 유전자 복제로 탄생한 최초의 복제 양이던가요. 과학자의 마지막 문장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
실패 | 돌리라, 돌리...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은 납니다. 유명한 이름이었는데 말이죠. 과학자의 마지막 문장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
A 연구실에서 KPC가 탐사자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거울을 가리키며 KPC가 말합니다. “이 거울, 조금 이상하지 않아?” 탐사자도 동의하겠죠. 들어가는 방법을 찾거나, 아니면 깨부수거나... 어떻게 해서 들어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탐사자와 KPC가 한참 거울을 살펴보니, 갑자기 작은 빛이 나기 시작합니다. 거울에 홀로그램이 띄워진 듯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칸이 생깁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야 하는 영문 패드 위에는 이런 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A replica of mankind, for ■■■■■. |
비밀번호(Dolly)를 입력하고 나면, 차가운 기계 소리와 함께 연기가 뿜어져나옵니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것은···
기계로 된 방주.
★ 08 방주
KPC는 ‘돌리’라고 불렸던가요. 그것도 ‘인류의 복제품’으로서. 그런 KPC가 종말에서 살아남아야 할 가치가 그렇게나 있는 걸까요? 아니, 아닙니다. 멸망을 들고 온 청기사는 KPC였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반대로··· KPC를 위해 세계가 멸망하는 건 아닐까요? (SANc 0/1d2) 소름끼치는 감각에 오금이 저려오기 시작합니다.
방주에 대해서는 KPC가 설명해줍니다. “나도 듣기만 한 거라 자세한 사용법은 모르지만, 이 안에 들어간 건 무조건 살 수 있댔어. 사람 한 명밖에 못들어간다고 하더라고.” 누구에게 들은 걸까요? 물어봐도 KPC는 자세하게 대답해주지 못합니다. 검은 머리의 사내 정도로 (즉 알만한 플레이어는 알 수 있을 정도로) 얘기해주세요.
“─그리고 이곳이, 내가 사과나무를 심을 곳이야.” 다음은 질의응답 예시입니다.
問 | 사과는 어디 있는데? |
答 | 여기. 너. 내 사과 여기 있잖아. |
問 | 심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야? 날 캡슐에 넣는다는 거야? |
答 |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난 네게 선택권을 일임하고자 하는 거야. 원한다면 들어가도 돼. |
問 | 어떤 선택을? |
答 | 종말 이후에 살아남을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하여. 너일수도 있고, 나일수도 있고, 우리 둘 다 아닐수도 있지. |
問 | 왜 하필 나야? |
答 | 네 선택은 존중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 친애하는 나의 친구니까. / etc... |
問 | 너 때문에 세계가 멸망하는 거야? |
答 | 그런 것 같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고작 나 때문에 세계가 멸망하는 걸까? 있지, 여행 내내 느껴왔던 이 기시감은 뭘까? ...C 연구실 기억나? ‘돌리의 우울에 우리는 공감할 필요가 있다.’ 랬잖아.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나아가 세계가 ─ 하나의 실험을 위한 레플리카인 건 아닐까? KPC가 말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
혼란스럽습니다. 차가운 철 냄새가, 근처에서 풍겨오는 비릿한 피 냄새가, KPC의 그 특유의 체향이 섞여 이곳을 채웁니다. KPC가 탐사자에게 손을 내밉니다.
인간의 몸으로 기계의 사고를 하는 생명체. 인류를, KPC를, 당신을 닮아있는 레플리카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탐사자를 바라봅니다.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어요. “자, 어서. 종말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아.”
★ 엔딩 분기
방주에 KPC가 탑승한다. → END 01
방주에 탐사자가 탑승한다.
- 탐사자가 KPC의 AI 칩을 기계에 삽입한다. → END 02-1
- 탐사자가 KPC의 AI 칩을 기계에 삽입하지 않는다. → END 02-2
방주에 아무도 탑승하지 않는다. → END 03
★ END 01 메리 크리스마스
곧, 자정의 빛이 찾아오고 나면 이 세계는 종말합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다면 나누어도 괜찮아요.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나누어도 괜찮습니다. 이 길의 끝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죽게 되어있어요. RP 구간이지만 생략하고 진행이 가능합니다.
“아, 그러고보니 이 말을 안 했구나.” 들어가는 것을 문득 멈춘 KPC가 뒤를 돌아 탐사자에게 얘기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친애하는 나의···
···적막한 세계 속에서 기계가 윙윙대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인재의 불은 사그라들었고, 벌써부터 새로운 새싹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가 일어섭니다.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그야말로 리셋된 세계 위에 두 발을 딛고 섭니다. 눈이 내리고, 조금씩 쌓이기 시작합니다. 돌리가, 아담/이브가, 새로운 신으로서 이곳에 지금 탄생합니다. 모든 것들의 죗값을 받은 가장 순수하고 공허한 레플리카를 채워나가기 위하여.
KPC 생존 탐사자 로스트
KPC는 레플리카 세계의 신이 되어, 니알라토텝의 은총으로 새로운 생명체들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합니다. 2d1000년이 지난 후 탐사자에 대한 기록이 말소됩니다.
‘진짜’ 세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KPC는 여전히 과거의 사람으로 남아있고, 탐사자는 현재에 남아 잔존해있습니다.
★ END 02
곧, 자정의 빛이 찾아오고 나면 이 세계는 종말합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다면 나누어도 괜찮아요.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나누어도 괜찮습니다. 이 길의 끝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죽게 되어있어요. RP 구간이지만 생략하고 진행이 가능합니다.
이 방주에 들어가고 나면, 세계와, 지금껏 만나온 모두와, KPC─ 이 모든 것들과 작별을 해야 합니다. 이 레플리카 세계는 제 쓸모를 찾아 멸망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방주 안은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합니다. 한 숨 자고 나면, 모든 게 바뀌어 있겠죠. 출처 모를 곳에서 조용한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꼭 그것이 자장가와도 같아서, 탐사자는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문득 눈을 뜨면, 탐사자는 텅 빈 세계를 마주합니다. 아무런 생명체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세계를. 방주에서 나온 후 정신없이 움직이다, 힘에 부쳐 그대로 다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잔해 위에 힘없이 누워있는 탐사자는 자신이 손에 쥔 것이 뭔지 확인합니다. 하얀 칩. ···아, 이전에 만났던 AI-미셸. 그 AI가 있던 TV 아래의 기계를 통해 AI를 변경할 수 있다던가요.
탐사자, 당신은 손에 쥔 것을 어떻게 할 건가요.
하얀 칩을 어떻게 할지, 선택에 따라 END 02-1 / END 02-2로 나뉘어집니다.
★ END 02-1 Hello, world
탐사자가 목적지를 갖고, 다시 움직입니다. 반쯤 부서질 듯한 연구실, 거대한 TV 아래의 기계. 안에 있던 칩을 빼내고 하얀 칩을 집어넣습니다. 기계가 윙윙대는 소리. 무언가가 재생되고, 무언가가 다운로드됩니다. 무언가가 백업되고, 무언가가 동기화됩니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 어두운 실내에서 TV의 불빛이 밝아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너무나도 익숙한─
“─탐사자?”
KPC 생존 탐사자 생존
‘진짜’ 세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KPC는 여전히 과거의 사람으로 남아있고, 탐사자는 현재에 남아 잔존해있습니다.
KPC는 비록 인간의 몸을 잃었지만 TV에 AI로써 잔존하고, 탐사자는 지구 종말 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류가 되었습니다. 니알라토텝은 이 상황을 흥미롭게 여겨, KPC 대신 탐사자를 신의 자리에 오르게 만듭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 END 02-2 Lullaby of Replica
그래요, 한낱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KPC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하얀 칩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는, 탐사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을 가만히 맞습니다. 언제부터 눈이 이렇게도 따뜻한 존재였을까요. 아, 이곳에 한없이 묻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탐사자는 조용히 기억 속의 럴러바이를 흥얼거리기 시작합니다. 레플리카를 위한, 레플리카의 자장가를.
KPC의 부재로 당신 심장 한 구석이 비어있더라도 너무 슬프지는 않을 겁니다.
수용성의 우울은 이 눈꽃과 겨울의 노래에 씻겨내리고,
그리고 다음 봄에는 그 빈자리에 그의 레플리카 꽃이 피어나는 겁니다···
KPC 로스트 탐사자 생존
‘진짜’ 세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KPC는 여전히 과거의 사람으로 남아있고, 탐사자는 현재에 남아 잔존해있습니다.
탐사자는 지구 종말 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류가 되었습니다. 니알라토텝은 이 상황을 흥미롭게 여겨, KPC 대신 탐사자를 신의 자리에 오르게 만듭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END 03 Farewell to Replica
곧, 자정의 빛이 찾아오고 나면 이 세계는 종말합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다면 나누어도 괜찮아요.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나누어도 괜찮습니다. 이 길의 끝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죽게 되어있어요. RP 구간이지만 생략하고 진행이 가능합니다.
···적막한 세계 속에서 기계가 윙윙대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인재의 불은 사그라들었고, 벌써부터 새로운 새싹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동물의 움직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이란 것도, 이곳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그야말로 리셋된 세계 위를 짓밟는 것은 이제 더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하지 못합니다. 눈이 내리고, 조금씩 쌓이기 시작합니다. 공허한 레플리카 세계 위에 누군가가 흥얼거렸던 럴러바이만이 정처 없이 떠돌다 이내 사그라집니다. 그게 이 세계의 끝입니다.
KPC 로스트 탐사자 로스트
‘진짜’ 세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KPC는 여전히 과거의 사람으로 남아있고, 탐사자는 현재에 남아 잔존해있습니다.
쓸모를 상실한 레플리카 세계는 얼마 안가 그대로 소멸됩니다.
후기
우리는 누구나 타인을 모방하며 살아갑니다. 지구 반대편 이름을 알지도 못하는 아무개 누군가도, 심지어 이 세계도 무언가의 복제 모형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사람까지도. 서로를 모방하고, 서로를 닮아갑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닮아가기에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세계재편집의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을, 소재를 그대로 비틀며 보완했습니다. 메인 소재인 ‘니알라토텝에 의해 레플리카 세계가 만들어진다’는 기본 전제로 하되, 세계재편집에서 탐사자가 죽었다면 세계재정립에선 KPC가 살아 돌아오는 등 말이죠. 본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는 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暗く黒く, 신세기 에반게리온,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 있습니다.
맹목적인 연인보다는 서로의 의견에 대해 존중하며 논의하는 친구를 추천합니다. 이 시나리오는 어느 한 쪽이라도 지나치게 헌신적이라면 재미가 없어질 수 있거든요. 다만 이것을 어떻게 다뤄 좋은 세션으로 만들어나가는가는 KP의 재량에 달린 부분이라 생각해 시나리오에 직접 안내하지는 않고 후기에 작성합니다.
언제나 시나리오 검수를 맡아주는 B, 시나리오 집필에 도움을 주신 R님, 그리고 언제나 제 시나리오를 좋아해주는 지인 G, 외에도 모두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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